토탈리콜 1990
폴버호벤의 토탈리콜(1990)을 리메이크한 렌 와이즈먼의 토탈리콜(2012)가 개봉했다.
예전의 재미있게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보러갔으나 80분 가량을 졸게 만든 영화였다.
포스터는 의미심장하고 차가운 미래형이지만.
무엇때문에 졸았을까?
일단은 지루했다. 폴버호벤의 토탈리콜과 비교하자면 스토리가 없고 보여주기에 급급하지 않았나 싶다.
감독의 의도가 그렇다한들 오시이마모루풍의 배경과 밑도끝도 없는 폴이라 불리는 노동자 운반선이라든가
애초에 더글라스 퀘이드가 반란군으로 돌아선 이유가 뭔지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내용에 임팩트가 없다.
그냥 시덥잖은 CG만 잔뜩 보고 온 느낌이다.
CG가 허접했다는 것이 아니라 오시이마모루의 애니에서 늘 보던 것을 3D로 제작한 것에 불과하고 못살고 하류노동자들이 거주하는 곳은 모든 아시아 국가를 짬뽕하여 정체불명의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한글로 된 리콜이나 패트롤카였는지 택시였는지 뭔지 잘 생각은 안나지만 이십오라고 한글고딕체로 떡하니 적힌 뭔가가 있질 않나 왠 수로에서 배를 타고 돌아다니는 건 뭐지?
하늘로 택시가 날아다니는 판국에 말이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사는 폴과 반대의 상류층 도시는 땅이 있고 땅위를 달리는 자동차마저 있다.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빈민들은 땅에서 살 권리가 없나?
최소 수로에서 자동 모터라도 달린 배를 타면 모르겠는데 노를 젓고 있단 말이지.
CG나 액션이 허접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언더월드 시리즈도 보면서 졸지 않은 적이 없다.
반복되는 똑같은 난이도의 액션활극과 내용이 지루한 것이다.
토탈리콜 또한 지루한 액션덕에 취침이 가능했다.
렌 와이즈먼 감독의 영화가 나에겐 좀 별로인 듯.
별로 생각나는 것도 없는지라 시간되면 한번 더 봐야겠다.
80분 사이에 이것저것 몇가지 일들이 있었다고 했으니 확인차.
렌와이즈먼의 토탈리콜을 보고 폴버호벤의 토탈리콜을 다시 봤는데 왠걸 훨씬 재미있다.
본지 오래되어서 생각나는 건 푸른 하늘이 펼쳐진 돌산같은 곳에 서 있는 남녀 주인공의 뒷모습인데 다시 보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 장면이 나에게 인상깊었었나 보다.
이 얼마나 정감있는 포스터인가. 해외 버전의 포스터는 모르겠지만 인물 중심의 한국 포스터답게 유명한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본 아놀드의 모습에 좀 놀랐다.
이렇게 안 생겼었단 말인가?
어찌보면 동네 바보형 느낌이었는데 더글라스 퀘이드에서 바뀐 칼 하우저일때의 표정은 악역이다.
발연기인가 싶었던 순수한 더글라스 퀘이드의 느낌에서 야비한 칼 하우저로 바뀐 걸 보고 연기는 좀 되는구나 생각했다.
아래는 몇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들.
내가 좋아했던 장면들 중의 하나. 타블렛 펜으로 찍으면 손톱의 색깔이 바뀐다.
여자의 아래쪽에 컬러 태블릿패드를 봐라.
컬러가 있다는 게 다를 뿐 현재의 타블렛 모양과 흡사하다.
펜에 선이 있는 걸 보면 무선 태블릿펜이란 걸 저때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폴 버호벤이 지금이 다시 만든다면 좀 더 소형이거나 펜형으로 다른걸 디자인했을 것이다.
1990년대에 저런 걸 생각했다니 하기자기한 아이디어맨인듯.
이렇게 컬러를 찍어서..
손톱에 콕하고 찍어주면 컬러가 바뀐다.
지금이라면 여러가지 아이템들이 더 나올테고 실제로 발명되면 히트칠지도 모른다.
리콜에서 기억여행을 준비하며 들뜬 더글라스.
어쩌면 저렇게도 순수한 표정인지. 아놀드의 연기력이 대단한건가?
또 하나. 조니의 택시.
사람이 몰지 않고 로봇택시 기사다.
나름 휘파람도 불고 말도 좀 한다.
샤론스톤이 홀로그램으로 테니스 연습을 하는 장면.
간단하고 흔한 것 같지만 영화에서 보여진 적은 별로 없다.
이때의 샤론스톤은 SES의 유진과 비슷한 것 같다. 보는 내내 계속 그 생각만 났다.
얼굴이 고혹적인 것 외에는 목선이나 구부정한 어깨등의 라인만 봐도 골격이 별로여서 몸매가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크게 아름답거나 하지 않다.
그럼에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샤론스톤을 애정한 폴 버호벤이 그녀의 매력 포인트를 발견한 공일 것이다.
폴 버호벤의 원초적 본능을 계기로 아름다운 섹시 여배우의 대명사로 유명해진 것만 봐도.
영화를 보다보면 의외로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행인을 인간방패로 쓰는 장면이다.
고어 소재로 인기를 끌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테고 미래사회에서는 인간성이 말살되고 있다 이런거려나?
간만에 보는 이 아저씨.
내 기억에 V에서 타일러로 나왔던 것 같은데.. V가 아닌가?
뭔지 몰라도 여튼 이름은 타일러였다. 아이언사이드아저씨 반가워서 캡쳐.
배경디자인이나 CG가 화려하거나 디테일하진 않지만 현재의 것들에 비해서 뒤떨어진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퀄리티면에서는 오히려 뛰어난 것 같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 신경쓴 듯한 느낌들이 좋았고 보는 내내 계속 변화하는 내용과 화면들이 지루할 틈이 없다.
파란 하늘이라는 것은 인간들에게 있어 희망을 뜻한다.
127억이라는 돈과 7년이라는 시간만 엄청 쓰고 퀄리티는 거기에 못미친 애물단지 애니, 원더풀 데이즈도 파란 하늘이 주를 이루는데 김문생 감독이 말하길 그 하늘을 쓰고 싶어 애니를 제작했다고 했다.
그 하늘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영화가 토탈리콜 같다는 나의 생각.